도가니 그리고

고1 때 공지영 작가가 쓴 책을 읽고 그 책이 너무 좋아서
학교 도서관에 있는 공지영 작가의 다른 책들을 전부 찾아 읽어 본 적 있다.
그 중 도가니란 책이 있었는데
초록색, 따듯한 겉표지와는 다르게 잠깐 읽어 본 내용은 누가 나를 망치로 친 거 같았다.

그 날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.
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 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될런지...
소름이 끼치고 정말 먹먹했다.
인간이 얼마나 추악해 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면서
분노했다. 세상에 대해 갑갑하고, 속이 쓰리고, 눈물이 났다.

그 책을 읽고 몇일 간 정말 먹먹한 혼란 속에서 살았다.
미쳤다. 세상이 참 미친 거 같았다.
인간이라면  정말 인간이라면 대체..
자애학원 교장, 행정실장, 선생들, 윤자애,,, 
미쳤다. 다들
이 사람들 부모도 이런 개차반같은 인간들을 낳고 기뻐하셨을까
아직도 토가 나온다. 분노가 치밀어서 뭐라 말이 안나온다.
그 사람들에겐 사는 게 무엇일까?
산다는 게 무슨 뜻일까 대체
대체 저 쓰레기같은 사람들은, 인간같지도 않은 저 사람들은
어떻게 자랐으면, 어떻게 배웠으면, 어떻게 살았으면  이런 짓들을 하고도 아직도 눈뜨고 살 수 가 있을까

그 사건의 판사와 검사, 변호사 모두 마찬가지다
본인들의 위치에서 그 권력을 어떻게 저딴식으로 사용할 수 가 있는지
재판이 아닌 개판은 여기서도 이루어지고 있었구나
비단 이 사건이 정말 '소설'만이 아니라 실제사건이어서  더 화가났고, 세상이 무서웠다.

도가니가 영화로 제작되면서 광주인화학교는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.
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알아가면서, 그 학교에서 있었던 더 끔찍한 일들도 밝혀졌다...
그러나 세상을 광란의 도가니에 빠트려 놓은,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가해자들은
여전히 곳곳에서 잘 살고 있었다.
광주인화학교 교장이었던 사람은 몇년 전 암으로 죽었다고 알려졌는데,,, 
그런 일을 저질러놓고 저리도 쉽게 죽을 수 있다니 참 엿같고 불공평하다.



...
이제 말하고 싶은 건 나에 대해서다.

분노했고, 소름이 끼쳤고, 가슴이 터지도록 먹먹했고, 이 모든 감정을 다 형용할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났지만, 또 한동안 계속 그런 기분으로 살았지만...  나 또한 멍청히 바라만 보았던 그 책 안의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.
저건 잘못됐다고 책 읽는 내내 세상을 그렇게 욕했으면서  정작 나 또한 방관했다.
내가 그때 그 책을 읽고, 정말로 분노했다면 그렇게 가만히 있었으면 안됐을텐데...
이 사건을 알리려고 적어도 노력은 했을 수 있었을텐데.
나에게 분노 할 자격이 있었을 까 싶다..

오늘 영화로 다시 본 도가니에서
나는 이제야
방관하던 무진시 사람들과 내가 별반 다를 게 없었다고 느껴졌다.
...그래서 지금은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는 지 찾아보려고 한다...
그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작게 도움이 되는 일 일지라도 말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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